• www.kyeongin.com
  • 우리학교신문
  • 안양종합학생뉴스
메뉴

전문가 컬럼

[경인칼럼]기본소득,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하길

국민 찬·반 가른 '2011년 무상급식'과 달리
진보·보수정치권 일정부분 의제공유 환영
도입시 재원조달·복지개편 치열토론 예상
정쟁도구 아닌 약자 입장에서 논의 출발점

 

2011년 학교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이 전국을 뒤흔든 적이 있다. 새누리당 소속인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과 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 및 진보성향의 곽노현 교육감 사이에 벌어진 논쟁이 출발점이다. 당시 오 시장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선별적 무상급식을 시행한다는 방침이었고, 시의회와 곽 교육감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양측의 갈등이 첨예화할수록 시민사회도 이른바 '무상급식파'와 '세금급식파'로 갈라져 대립각을 세웠다. 급기야 오 시장은 "주민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며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다. 그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자 "밥 달라고 우는 경우는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경우는 처음 봤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오 시장은 비장의 카드가 먹혀들지 않아 결국 시장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무상급식이 보편화한 지금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당시의 논란은 '굶는 것'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이 충돌한 사례다. 논란의 저변에는 '굶는 것'을 단지 '배고픔'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식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문제'로 바라본 인식이 대립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인식에 괴리가 있다 보니 해결책 또한 '배고픔을 해소해 주는 것'과 '굶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갈릴 수밖에 없었다.

최근 '기본소득'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무상급식보다 훨씬 강력한 확장성을 가진 담론임에도 불구, 무상급식 논란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하는 것은 예상했던 바이지만, 대척점에 설 것으로 보였던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중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진보·보수 간 대결구도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을 중심으로 민주당에서 먼저 나온 화두다. 하지만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얼마 전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확대'가 정치의 목표"라며 기본소득 도입을 공론화하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주요 보수 성향 정치인 가운데 홍준표 의원이 '기본소득제는 사회주의 배급제'라며 가장 선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정도다. '잠룡'으로 거론되는 정치인들도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소득 도입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무상급식 논란 당시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했던 '복지 포퓰리즘'이란 용어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전 국민까지 찬·반으로 갈라놓았던 무상급식 논란 때와 달리, 진보·보수가 일정 부분 분모를 공유하는 의제가 나왔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한국 정치사에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앞으로 기본소득 도입시의 재원조달 방식, 복지체제 개편 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이 기본소득에 대해 '선점해야 할 정쟁의 도구'가 아닌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본소득은 '배고픔'의 상위개념인 '가난'에서 출발한 소득분배제도다. 기본적으로 인권의식이 깔려 있다. 다소 극단적일지는 모르지만 '가난'의 원인을 '사회의 구조적 폭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규정, 사회 구조가 약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찾는 학자도 있다. 인권을 바탕으로 논의를 확대하다 보면 우리 사회의 현주소에 대해 보다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려면 서로 귀와 마음을 여는 게 중요하다. 무상급식의 경우 충분히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한 주제인데도 진영논리에 입각한 '반대를 위한 반대'가 많았다. 이 대목에서 '존 스튜어트 밀'이 쓴 '자유론'의 한 대목을 떠올려 본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는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임성훈 논설위원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